20살 여자인데요. 저에겐 8살터울 언니가 있습니다.엄마아빠 맞벌이하시고 언니가 늘 저를 돌봐줬습니다.어렸을때부터 저는 언니를 무서워 했습니다.언니가 엄청 엄하게 대했거든요. 숙제같은 것 안해도 혼나고밥먹을때 편식하면 혼나고 친구들도 저희 언니를 무서워했습니다. 언니가 엄하지 않았다면 저는 일탈하고 나쁜애들과어울리고 술 담배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봤는데요.언니는 왜 엄마아빠대신 저를 돌보며 엄하게 대했을까요?현재 언니는 결혼해서 일란성쌍둥이 딸을 낳았습니다.지금도 제 휴대폰에 언니를 호랑이언니로 저장했습니다.어렸을 때 언니는 엄마 같기도 했지만 정말 무섭고 엄했습니다.성인이 된 지금은 따뜻하게 잘해줍니다.언니 무서워서 친구도 함부로 못사겼습니다.언니는 저를 동생으로써 사랑했을까요?
얼마나 오랫동안 그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계셨을까요.
안녕하세요, 학생. 당신의 마음 곁을 지키는 심리케어 365 대표 상담사 이준형입니다. 보내주신 글을 읽는 내내, 어릴 적 나에게 엄마이자 세상 가장 무서운 호랑이였던 언니. 그 엄격함 뒤에 숨겨진 진심이 무엇이었을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있었군요.
‘나를 사랑했다면 왜 그렇게 무섭게 대했을까?’ 하는 억울함과, ‘그래도 언니 덕분에 내가 엇나가지 않았지’ 하는 고마움. 그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의 실타래를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서 풀어보려 애썼을지,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짠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언니는 당신을, 세상 누구보다 깊고 진심으로 사랑했을 겁니다.
결론부터 명확하게 말씀드릴게요. 네. 언니는 동생을, 세상 그 누구보다 깊고 진심으로 사랑했을 겁니다. 다만, 그 사랑의 방식이 너무나 서툴고, 어리고, 또 무거웠을 뿐입니다.
성인이 된 지금, 따뜻하게 잘해주는 언니의 모습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이제야 언니가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당신에게 ‘작은 엄마’가 아닌 ‘진짜 언니’가 될 수 있게 된 것이죠.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시절 언니의 마음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언니는 ‘언니’가 아니라, ‘작은 엄마’였습니다.
우리는 먼저, 그 시절 언니가 당신의 ‘언니’이기 이전에, 부모님을 대신한 **‘어린 보호자’**였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었을 때 언니는 18살,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당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5살이었을 때, 언니는 고작 13살, 사춘기 한가운데에 있던 중학생이었죠.
어린 나이에 ‘부모’라는 무거운 역할을 떠안은 아이는, 동생을 ‘잘 키워야 한다’는 엄청난 책임감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내가 잘못 돌보면, 우리 동생이 다치거나 아플 거야.’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 동생이 나쁜 길로 빠질 거야.’
‘나는 엄마 아빠 대신, 동생을 완벽하게 책임져야 해.’
이 불안감이, 동생이 조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갈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서툴고 거친 **‘엄격함’**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편식을 바로잡아주고, 숙제를 검사하고, 위험해 보이는 친구를 막아섰던 그 모든 무서운 행동들은, 어쩌면 **“나는 내 동생을 완벽하게 지켜내야 해”**라는 필사적인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언니는, 동생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랑의 방법’을 배울 기회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겁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즉 엄격한 규칙과 통제를 통해 동생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당신은 성인이 되었고, 언니는 더 이상 당신의 보호자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란성 쌍둥이 딸들의 엄마가 된 지금, 언니는 아마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되었을 겁니다. 아이 하나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요. 그리고 어쩌면, 어린 시절 당신에게 너무나 모질고 무섭게 대했던 자신의 서툰 모습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언니는 당신에게 평생 해주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따뜻하고 다정한 ‘진짜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용기가 난다면, 언니와 단둘이 있을 때 조용히 한번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비난이나 원망이 아닌, 따뜻한 이해의 말로요.
아마 이 한마디에, 언니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 못 했던 속마음을 꺼내 보이며 눈물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토록 무서웠던 ‘호랑이 언니’가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당신을 사랑했던 겁 많고 서툰 소녀였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
오랜 시간 풀리지 않았던 마음의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참 외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혹시라도 언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혹은 이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언제든 저에게 이메일이나 지식iN 쪽지를 보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자매 관계가 더 깊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